No. 65
“北 비핵화, 완전검증 가능한 목표 달성에 초점 맞춰야”
2019 서울안보대화(SDD)는 ‘함께 만드는 평화: 도전과 비전’이라는 거대담론 안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넘어 세계가 공감하는 다양한 안보 이슈를 총망라하고 있다. SDD에 참가한 세계 각 나라의 국방 고위 관료와 전문가들은 각 주제에 대한 깊은 고찰이 담긴 발표·토의를 진행하며 세계 안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한·미·중·일·러 등 전문가 의견 개진이번 SDD에서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국제공조’ ‘동북아시아의 평화: 도전과 과제’ ‘국제평화유지 활동과 인도주의적 지원’ ‘사이버 공간에서의 국가전략과 위기관리’라는 4가지가 본회의 각 세션의 주제로 선정됐다. 특히 1세션에서 지난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 군사합의 등을 통해 진행되고 있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 전문가들이 의견을 개진해 눈길을 끌었다.5일 열린 1세션의 사회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관여하고 있는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특보가 맡았다. 발제는 조셉 디트라니 미국 미주리주립대 교수와 모리모토 사토시 일본 다쿠쇼대 총장이 맡았다.6자회담 미국 차석대표를 지낸 디트라니 교수는 “우리는 북한의 핵 문제를 해결하는 마지막 단계에 서 있으며 그 목표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진단한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 한국, 국제사회와의 정상적인 관계를 위해 핵무기를 포기하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에 집중해 2400만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길 원한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디트라니 교수는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무기 및 핵시설 폐기로 나아가기 전에 안전 보장을 필요로 한다”며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게 비핵화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전제하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합의해 관계 정상화, 평화조약, 제재 해제 등을 끌어내는 일은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라는 목표를 이루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에 동의하는 한 양자관계를 정상화하고 6·25전쟁을 끝내는 평화조약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북한에 핵무기 혹은 핵 능력을 보유하도록 허락하는 소위 ‘동결’에 동의하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일본 최초의 민간인 출신 방위상인 모리모토 총장은 “일본은 여전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강력하게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일본 정부의 입장을 반영한 듯 비핵화 방법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모리모토 총장은 “우리는 북한과 어떤 타협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북한은 핵 시설을 부분적으로 폐쇄하는 것에 대한 보답으로 완전한 제재 해제를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는 핵무기나 탄도미사일의 동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해 확고하고 상당한 행동을 취할 때까지 모든 대북제재는 지속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GSOMIA’ 한·일 토론자 엇갈린 의견이어진 토론에서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국인 한국을 대표해 박재민 국방부 차관이 토론자로 나섰다. 박 차관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관련국 전문가들과 함께 단상에 올라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의의,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국제사회 및 주변국의 역할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이 자리에서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두고 한·일 토론자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먼저 모리모토 총장이 “최근 한국 정부에서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유감스럽고 실망스러운 일”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북한이 여전히 위협과 도발을 하는 가운데 이런 결정이 내려졌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한국의 GSOMIA 종료 결정은 일본의 대 한국 무역조치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지만, GSOMIA와 교역 문제는 별개로 상당히 실망스러운 상황”이라고 했다.박 차관은 이어진 발언에서 모리모토 총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대법원의 강제징용 개인 배상 판결에 따른 한·일 갈등을 거론한 뒤 “일본 정부에서 안보상 이유로 일부 수출을 규제하는 결정을 했다”며 “많은 검토 끝에 안보에 대해서 한국을 믿지 못하고 그런 결정을 내린 나라와 민감한 군사정보교류를 할 수 있냐는 판단에서 지소미아를 종료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차관은 “한국과 일본은 굉장히 가깝고 경제적으로, 안보적으로 밀접한 관계를 가지면서 발전해오고 있는 가까운 이웃”이라며 “과거에 대한 배상이 문제인데 한국 정부는 지속적으로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강제징용으로 인한 개인적 피해보상은 별도의 것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소미아) 종료는 (일본에) 통보된 상태지만 (협정 종료 시한인) 11월까지 끝난 상황은 아니다”라며 “무역규제에 대한 조치를 재검토해서 철회하면 정부도 긍정적으로 재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고, 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북아 군사적 긴장 완화 등 열띤 토론본회의 2세션에서는 동북아시아의 평화 유지를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김기정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2세션에서는 딘 필크 미국 핼리팩스 국제안보포럼 글로벌전략과 혁신위원장과 도쿠치 히데시 일본 정책연구대학원대학 방문교수, 파스칼 보니파스 프랑스 국제전략연구소장이 발제했다.필크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인도-태평양의 틀에서 범아시아 지역을 인식하고 있다”며 “이는 인도를 전략적 계산의 대상으로 확고히 함과 동시에 중국의 부상에 대한 우려 지역을 서태평양까지 확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미국은 현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서 탈퇴함으로써 리더십을 발휘해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하면서 “하지만 유럽이 미국의 리더십을 기다리지 않고 대담하게 NATO 동맹을 견고히 한 것처럼 아시아 민주국가들도 자신들의 구상에 따라 행동하는 것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필크 위원장은 우리 정부의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제안에 대해 “매우 환영받을 만한 것”이라는 평을 내렸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의 장기적 전략과 야망에 궁극적으로 잘 들어맞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시아의 미래는 내년에 있을 미국 대선의 향방에 묶여서는 안 된다”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그들의 미래 평화와 번영을 견고히 하는 동맹을 구축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아시아 국가들은 많은 것들이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마음으로 지금 행동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도쿠치 교수는 “인도-태평양은 다양한 양상을 다루기 위한 전략적 비전”이라며 “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비전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니파스 소장은 동북아시아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미·중 관계와 한반도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미국이 어떻게 중국의 부상을 관리할 것이며 중국은 어떻게 주변 국가들에 중국의 부상이 평화적인 부상이라고 설득할지가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 정권을 직접적으로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고 북한이 이성적인 국제행위를 받아들이도록 설득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라고 설명했다.세 사람은 발제를 마친 뒤 천 동샤오 중국 상해국제문제연구원장과 함께 동북아시아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위기관리 방안,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 형성을 위한 국제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가 동북아 지역 안보에 미치는 함의 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아세안 안보·중동 평화회복 등 논의이날 본회의와 함께 진행된 특별세션은 아세안, 중동 등 지역 안보를 주제로 진행됐다. 1특별세션은 랄프 에머스 싱가포르 난양공대 라자라트람 국제대학원장의 사회로 ‘아세안: 지역 안보와 균형’이라는 주제를 놓고 최원기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아시안·인도연구센터장과 파멘드라 쿠마 싱 인도 USI 소장, 니콜라스 비스리 호주 라트로베대 교수가 토론했다. ‘중동 평화회복을 위한 국제협력’을 주제로 한 2특별세션은 스티브 비크로프트 미국 다국적감시군(MFO) 사무총장이 사회를 맡고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조셉 케치치안 사우디아라비아 킹 파이살 이슬람문제연구센터 선임연구원, 메츠 오츠칸 터키 국립외교원장이 패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