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전은 새로이 등장한 전쟁 유형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하이브리드전은 상대국의 대내외적 취약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체제전복의 수단과 권력자원을 활용하는데, 최근에는 비국가 행위자와 정보 기술을 활용한 비정규전과 정규전이 복합적으로 조합, 전개되는 상황이 목격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전시와 평시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이에 대한 적시의 군사적 대응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하이브리드전이 장기화될 시 현상변경도 점진적으로 일어날 뿐만 아니라 향후 그러한 현상변경을 회복시키기도 어려워지기에, 하이브리드전을 주도한 행위자는 전면전을 감행하지 않고서도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생한 일련의 전쟁에서는 재래식 전투방식과 더불어 사용된 상대국의 내부 정치환경 이용, 허위정보 유포, 정보전과 심리전, 경제적 강압, 사이버 공격 등종래에 보기 힘든 여러 전투수행방식이 구사되는 양상이 관측된 바 있다.
특히 초연결 네트워크 시대를 맞아 하이브리드전은 사이버전과 사이버심리전을 통해서도 전개되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규모 정보확산, 프로파간다 전파, 편향된 내러티브 전달 등으로 인해 하이브리드전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하이브리드전의 개념 자체가 이미 다양한 전투수행방식을 포함하고 있기에 이에 대한 일괄적인 국제법적 논의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군사적 대응 역시 다영역 차원에서, 그리고 민관협동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다양한 군사적 위협을 인지, 대응, 억제하는 접근도 필요하지만, 하이브리드전은 국내적 차원에서 정부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정부와 국민들간의 신뢰를 약화시켜 분열시키려는 전복의 목적도 갖고 있다는 점에 있어 국내적 통합과 내구력을 강화시키려는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하이브리드전은 사이버전의 사례와 같이 귀속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저비용의 전투수행방식이라는 측면에서 향후 확산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재래식 전투와 같은 정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는 점에 있어 억제와 예방이 쉽지 않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더욱이 국제인도법, 비례성의 원칙 등 기존의 국제법적 틀 안에서 대응하기 어려운 전투 수행 방식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는 이제까지의 하이브리드전 위협양상을 정확히 이해하고, 과학기술의 발전과 맞물려 예측가능한 새로운 위협 양상을 공유하며 공동의 대응방식을 도출하기 위한 협력이 필요하다. 위협 인식과 정보수집 및 공유, 이러한 협력이 시너지효과를 내기 위해 군과 민간의 역할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를 시작해야할 뿐만 아니라 국가 간 규범적·군사적 협력의 방향도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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